Apr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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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장하준 교수 콜로키움 후기

지지난주 쯤인가 우리학교에서 있었던 장하준 교수님의 콜로키움 후기를 지금에야 쓴다.  아마 후기라기 보다는 간단한 기록 정도일 것이다.

주제

이번 콜로키움의 제목은 “경제 발전과 민족성, 그리고 문화: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이었다.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님의 주제로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는데, 콜로키움을 주최한 곳이 우리학교 문화인류학과여서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talk의 큰 줄기를 살펴보면, 문화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특히) 경제학계에서 얼마나 과장되고 있는지, 실제로는 문화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보다 경제가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내용이었다.

문화->경제 or 경제->문화?

강의 제목에 나오는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은 실제로 각각 100년전, 150년 전에 일본과 독일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눈에 비친 각국의 모습이었다. 현재로서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본격적인 발전이 일어나기 전의 두 나라의 모습은 게으르고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적도부근 국가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전염병이 많아서라는 둥, 지금의 제 3세계 사람들은 단순히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사실 개도국의 국민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말한다. 사실 중국의 근로자는 우리나라의 근로자 보다 일반적으로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우리 근로자들은 일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일하며, 일본 사람들은 미국인들이나 유럽사람들 보다 더 많이 일한다.  만약 일을 안하고 거리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면, 그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게으르게 보이는 것은 다른 경제 구조 혹은 경제 발전 단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어떤 환경 혹은 문화적 요인에 의해서 가난이 고착화 되는 경우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어떤 “문화”나 “환경”이 경제 발전의 절대적인 결정 요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IMF등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슬림에 대한 편견들

이번 talk에서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가지는 선입견을 깨는 다양한 예제들이었는데, 앞서 말한 (사실은 이미 유명해진) 일본인과 독일인에 대한 평가가 있었고, 또 이슬람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었다.

- 무슬림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 중 가장 첫번째 이미지는 아마도 테러리스트일 것이다. 물론 과격한 무슬림들의 테러는 과격한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테러만큼이나 사실이다. 하지만 Russell Peters가 말한 것 처럼 그들은 전체에서 아주 일부인 “아랍의 red neck 뿐”이다. KKK가 일부인 것 처럼.

- 또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극심한 남녀 차별이다. 분명 아직도 아랍국가들에서는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같은 무슬림 국가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중앙은행장이 여성이며, 중앙은행의 구성원 중 사무직 중에서만 따져도 절반 이상이 여성인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중앙은행은 매우 보수적인 조직이고 말레이시아와 같은 높은 비율로 여성이 근무하는 중앙은행은 없다고 한다.

- 이슬람은 예전의 찬란한 문화가 말해주듯이 과학과 상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언자 마호메드가 상인출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고결하다”고 했다고 한다.

- 이슬람은 이미 13세기~14세기 사이에 법과대학을 만들고 법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정한 자격증이 있어야지만 법관과같은 법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법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하더라도 돈과 지위로 판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결론

경제 발전은 경제 정책과 제도에 의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개도국에서 경제 개발이 안되는 것은 현재의 경제 정책과 제도의 실패이지 “게으른” 민족성과 문화 때문이 아니다.

기타

- 예상보다 긴 강의 (거의 세시간 가까이 했음)와 질답 시간이 끝날 때까지 대형강의실(인문2의 지하 대강당)을 꽉 메운 대부분의 청중이 자리를 지켰고, 심지어 상당히 많은 사람이 교수님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다.

- 얼마전에 같은 콜로키움을 하셨다는 최재천 교수님(통섭의 저자)도 오셨었다. 잇힝~

- 원희룡의원이 왔었는데, 소감발표 머 그런걸 하게되었는데, 분위기가 좀 싸~해지다가 ”정치 얘기 안할테니까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마세요”라고 말해서 분위기가 다시 업되었다.

- 어떤 학생과 교수님의 발표에서 나온 말: “30년간 취업 준비를 하고도 취업 못하는 세대”

- 여기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재치있는 코멘트: “그건 저희 세대의 책임이다. 그래서 무섭다. 혹시 지금 20대가 나중에 우리나라를 주도할 때에 자기 세대의 연금을 절반으로 깍아 버릴까봐.”

- “신자유주의는 사회가 져야 할 책임도 전부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

- 기계적 기회의 균등: 봉간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필요했던 개념.

-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나 늦게까지 문을 여는 상점도 결국은 경제발전 정도의 지표가 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야지만 먹고 살 수 있다는 의미. 유럽에서는 그렇게까지 일할 필요가 없으니까 오히려 불친절한 배달(택배) 서비스와 일찍 문닫는 상점이 나오는 것임. (노동자에게 유리한 문화)

- FTA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의견: 지금은 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대국(미국 or EU)와 어느 정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래도 할만할텐데, 솔직히 아직은 절반 정도의 실력이다. 지금 상태에서 FTA를 하게 되면 우리 산업이 위축될 것이다.

- FTA는 진정한 free trade도 아니다.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에 대한 암묵적인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컬럼비아 대학인가의 어떤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

Nov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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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ans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장하준 씀

이순희 옮김

세계화, 신 자유주의가 대세인 시대에, 여기에 일침을 가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썼던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강한 논조로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를 비판했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내가 그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그가 단순히 글이 가리키는 방향이 경제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논란이 아닌, ‘저개발국가의 경제발전 방법’이라는 좀 더 큰 사회적, 정치적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판적 자세는 견지해야겠지만, 그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이 내세우는 근거가 허구라는 주장을 하면서 제시하는 데이터들은 그의 주장이 좀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가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가 장하준 교수의 지적에서처럼 오히려 우리 사회를 좀먹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걷더라도) 분명 간과해버려서는 안되는 여러가지 현실적 요소들을 날카롭게 지적해 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게 해준다.

설사 장하준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거나,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도 나는 “새로운 관점의 제시”라는 차원에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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