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화론 - 이현정
November 14th, 2007 by
zingle
대한민국 진화론
이현정 씀
평소 관심있게 읽고 있는 류한석님의블로그에서 이 책에 대한 추천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최근 올리신 저자강의에 대한 글을 보고 구입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보수적인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임원이라는 타이틀과, AT&T(그리고 연장선상인 루슨트 테크놀로지),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서의 벤쳐기업까지 그녀가 가진 타이틀은 분명 화려하다. 하지만 그녀의 경력보다 더 내 눈길을 끈 것은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자마자 완전히 다른 전공으로 미국의 대학원으로 떠날수 있었던 그녀의 도전정신이었다.
솔직히 이 책이 아주 잘 쓰여진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책의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과 한국에서 20년, 미국에서 20년을 살았던 그녀가 최근 5년간 다시 한국에 살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느낀 한국이 가진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고, 다시 그녀의 다문화 가정(남편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육아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또한 중간에는 차별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또는 일하게 될 여자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진화론”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주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닌 듯 싶다. 그녀의책에 관심이 갔던 것은 애초에 그녀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고, 그 열정에서 무엇인가 배울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책의 내용 중 좋았던 부분들을 주제어 위주로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 경력계획서: 우리는 경력 계획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내다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에 대한 동물적 본능: 박사학위 취득 후 그녀의 첫 직장은 벨연구소였고, 여기서 네트워크 장비의 스펙을 작성하는 일을 하였다. 현재는 마케팅과 영업의 일을 하고 있지만, 연구원으로서 그녀가 경험했던 네트워크 연구의 경험은 IT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단기적으로 네트워크 분야에 집중하려는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경험담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vs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일이 잘 될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되는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인지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이 잘 될 때에는 잘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성들여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에 우왕자왕하게 되기 때문이다. ‘in spite of’와 ‘beacuse of’에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분명 새겨둘 만한 조언이었다.
- 정체성과 정도: 사회생활을 해 나가다보면 ‘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타협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없어질 정도라면 분명 그 인생은 내것이 아닐 것이다. 성인군자의 도덕성을 (애초에)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 양심에 거스르는 일을 하면서는 살지 말자는 내 인생관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사례를 본 것 같아서 기뻤다.
- 안방 마님의 자세: 해외에 유학을 가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강조하는 자세이다. 사글세 사는 사람처럼 필요한 학위만 따서 올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뿌리 깊게 이해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영국에서 5년간 공부를 하고 온 면접자에게 그녀는 “영국에 사는 동안 그들의 계급 의식에 대해 어떤 시각을 키웠나요? 영국인 친구는 사귀었나요? 영국이 대륙의 유럽국가보다 최근 경제 발전에 앞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답을 하지 못한 면접자를 그녀는 ‘포장만 국제화된 엘리트’라고 불렀다.
- 발로 투표한다: 한국의 기업(특히 대기업)에 대해서 그녀는 많은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에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머 많은 인재를 끌어와도 시원치않을 판에 조직 내부의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간다면 그것은 카나리아를 이용해 탄광의 사고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것처럼 ‘조기 경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 내가 최근에 회사를 떠나서가 아니라해외로 나갔던 많은 인재들이 귀국을 꺼려하는 것과 겹쳐서 많이 공감이 갔다. - 외부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인재: 그녀는 맡은 조직에서 뛰어나 보이는 부하직원들에게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도록 권했었다고 한다. 그 직원이 이직하기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값이 얼마인지 피부로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이 회사에서 일해 보자는 것이었단다. 그러면서 그녀는 외부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인재가 되라고 한다. 나가서도 갈 데가 있는 사람은 더 진취적일 수 있고, 소신있게 일한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도 ‘갈데 없어서 붙어 있는’ 직원 보다는 ‘딴데서도 불러주는’ 직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위에 내용을 정리하면서 “물론 이런 주장이 처음은 아니지만”이라는 토를 달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분명 누구도 생각못한 참신한 주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장이기에 한 번 더 새길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Robert Frost의 시에서 저자가 인용한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어 여기에도 옮겨 본다.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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