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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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최근에 책을 사 놓고 다 읽지를 못해서(라고 쓰고 읽지를 않아서라고 읽는다) 책 사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연구실 동생의 생일 선물로 책을 사러 YES24에 들어갔다가 확 끌려서 사버리고 말았다. 이 놈의 책 뽐뿌그러고 보니 새해 기념으로 읽으려고 사 놓은 책 목록도 한번 정리해야겠다.

(선물로 산 책은 생각하는 프로그래밍”. 원래 Programming Pearls라는 제목의 글들을 묶은 책의 번역본인데. Pearls랑 컴퓨터 언어 중 하나인 Perl가 헷갈려서 진주 같은 코드 만들기였던가 라고 번역해 놓은 문장을 보면서 비웃다가 망신 당한 일도 있었다. 또 같이 산 책은 내 wish list에서 오랫동안 방황하고 있던 컬쳐 코드.)

아무튼, 이 책에 끌렸던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이 쓴 글들은 읽는 재미가 쏠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의 장편 소설을 하나도 읽지 않았다. DW군이 특히 좋아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와 같은 단편집과 집의 책장에 꼽혀 있던 수필 집(여기서는 자신이 편한 이발사에게 기차를 타고 가 이발을 하는 자신을 설명하는 글이 있는데, 익숙함의 편안함이랄까? 그런 사소한 일상을 차분히 풀어 내는 글이 참 좋았었다.)이 아마 전부였을 것이다. 물론 그의 유명세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보다도 그의 글에는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어서가 더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년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10Km 마라톤에 참가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달리기는 어쩌면 나에게도 하루키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잘 어울리는 운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달리기를 시작했던 이유 중 하나가 나 스스로에게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고, 또 건강은, 아주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기는 습관이라는 것은 매일 매일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는 것이 백수라서 띵가띵가 놀고 있는 나에게 필요하다는 데서 중요했고, 어디 특별히 아픈 데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불어나는 체중과 60대 할아버지에게 버금가는 지구력은 이대로 가면 곧 아픈 곳이 생길 거라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달리기와 글쓰기라는 하루키씨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온 일들을 통해서 하루키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구성 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내가 느꼈던 것들을 남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내는 것이었다. 달리기를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해본 혹은 해보려고 한 사람은 알겠지만, 이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고, 육체의 칭얼거림을 정신이 끊임없이 얼러줘야 하는 운동이다. 작년에 마라톤(비록 10km짜리지만)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달리는 것이 괘도에 올랐음에도 매번 운동을 하러 나가려고 하면 갑자기 발목이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는 했었다. 하지만 결국 조금씩 살살 뛰어가다 보면 칭얼거리던 발목과 무릎은 이내 포기해 버리고 만다. 이와 똑 같은 얘기를 하루키씨의 글에서 만나게 되자,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책의 초중반에는 형편이 안되어서(역시 이렇게 쓰고 귀찮아서 라고 읽는다) 좋은 구절 몇 개를 표시해 놓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뒷 부분은 어제 읽으면서 표시 해 놓았다. 공유하고 싶어서, 그리고 나 스스로도 기억하고 싶어서 여기에도 옮겨 본다.

무리를 해서 계속 달리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 걷는 쪽이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주자들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걸으면서 다리를 쉬게 한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걷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한 휴식은 착실하게 취했다. 그러나 걷지는 않는다. 나는 걷기 위해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 아니다. 달리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중략)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해도 걸을 수는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p. 172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 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p. 259

사실 달리기를 계속 (뜨문뜨문) 해 오면서 내가 이런 책을 써보고 싶었다. 내가 달리기에 대해서 느끼는 긍정적 감정들과 그로 인한 내 생활의 변화, 그런 것을 말이다. 하지만, 하루키씨에게 선수를 뺏겨 버렸다. 은근히 이 책이 유명해지지 말기를 살짝 바라고 있었는데,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yes24를 가보니, 역시 헛된 희망이었다. 그래도 틈틈히 준비는 해 두련다. 혹시 아나 내가 지금 보다 조금 더 완성되었을 때에, 나도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지. 그렇다면, 누가 읽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랑스러운 책이 될 테니까.

Written by zingle in: Blog | 1 Comment | Tags: , , , , |
Aug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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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Baby! Run!

비가 불규칙하게 계속 내린 지난 주는 빼고, 지난 3주간 최소한 이틀에 한번씩은 계속 밤마다 달렸다. (지난 주에는 운동을 못한 대신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를 다 읽고,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를 읽기 시작했다!)

갑자기 열심히 뛰기 시작한 것은
첫번째는 무섭게 불어난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두번째는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
세번째는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였다.

그런데 2주동안 열심히 뛰어도 그다지 효과를 실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막상 지난 주에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자꾸 몸이 찌뿌둥한게 비를 맞더라도 나가서 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나가서 달렸다. 그런데 1주일 쉬고 뛸려니까 몸이 안뛸려고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도 아니었고, 무릎이나 발꿈치가 아픈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너무 피곤하고, 그냥 걸어도 되잖아?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목표한만큼은 다 뛰어버렸다.

나를 위해서 이 정도는 힘들어도 참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쉽고 편한 것만 할 수는 없잖아.
배 좀 집어 넣어야지?
그리고 이 고비만 넘기면, 별로 안힘들꺼야.

사실 오늘도 안 달리려다가 나간 이유 중 가장 큰 하나는 아까 엄마가 장난처럼 던진 한 마디였다.

2년만 있으면 서른인 녀석이…

허거덕… 그렇다, 2년 밖에 안남았다. 30살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난 아직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 고쳐야할 것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다. 그런데 편한데 익숙해져 버려서 퍼질려고만 한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안내켜하는 몸을 이끌고 억지로 나갔었다. 달리고 온 지금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아직 땀이 줄줄 흐른다. (샤워하고 컴터할껄…–;;)

난 아직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 고쳐야할 것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다. 하지만, 오늘처럼 조금씩 채우고, 고치고, 깨달아 나갈 것이다.

Run, Baby! Run!

Written by zingle in: Blog | 4 Comments |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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