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설 연휴가 끝나고 아버지 환갑을 맞아서 제주도에 다녀왔었다. 가족들이 이미 제주도에 2번 이상 가본 상태라 이전과는 좀 다른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알아보다가 제주 올레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사실은 작년에 시사인을 보다가 시사저널 출신 기자분이 고향인 제주도에 “제주 올레”라는 이름으로 트랙킹 코스를 만든다는 것을 읽기는 했었는데 이번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 하다가 문득 떠올랐었다. 게다가 그 사이 언론에 노출이 꽤 되었는지 어머니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다가 제주 올레 코스를 간단히 돌자는 나와 홍석이의 제안에 좋아해 주셨다.
제주 올레는 간단히 말해서 걷는 길이다. 원래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고 한다. 제주도가 고향인 서명숙님이 스페인 산티아고의 800km 도보 순례를 마치고 고향의 제주도의 길도 산티아고의 그것 못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낙향하여 오래된 길과 이미 없어졌던 길, 그리고 새로운 길로 도보 코스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주도 전체를 아우르는 코스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제주 올레의 길은 제주의 동쪽부터 서귀포시를 지나, 서쪽 끝까지 11개의 코스로 절반이 완성된 상태이다.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제주 올레라는 단체에서 모두 소유한 땅도 아니니 걷다 보면 다만 중간중간 작은 화살표로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안내가 있다.
제주 여행 이틀째 오전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려서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이 걸은 길은 도착 첫날 오후에 잠깐 걸은 제주 올레 8코스 중 중문단지에서 하예포구까지의 길 뿐이다. 매 코스가 4~5시간이 걸리는 코스라 숙소인 신라호텔 바로 앞에서 시작해서 식사 전까지 간단히 걸어 본 코스였는데 대부분 절벽아래 해변을 걷는 코스인데다가 큰 돌이 깔려 있는 부분이 많아서 쉬이 걸을 수는 없는 코스였지만, 경치가 워낙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었다.
솔직히 난 제주도에서 아직 민속촌도 안가봤고, 만장굴도 작년 여름에 연구실 MT에서 처음 가봤지만,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유명한 곳은 이미 다 가봐서 이번 제주 여행은 아버지 환갑 기념 여행 이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주 올레를 걸으면서 제주도에서 앞으로도 볼 것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시간을 내어서 걸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