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Posted by zingle on October 26, 2008 in Blog | Subscribe

친구들 중에 둘이서 매우 친한 아이들이 있었다. 매일매일 만나고, 회사에서 메신저로 계속 대화하고… 아무튼 서로 죽고 못사는 관계였는데, 서로 애인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둘은 동성이었고, 그렇다고 진짜 사귀는 건 아니었다. 각자 이성친구가 있었으므로.) 그런데 어떤 일로 사이가 소원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서로 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가진 불만을 털어 놓지는 못할 정도로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 둘의 관계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안타까움이 가장 크지만, 그 외에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다. 우선 서로 좋아하는 만큼 기대가 커지면, 그만큼 실망도 커진다는 점과 어떤 관계에서든지(특히 너무 친한 경우에) 불만이나 상대방이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그것을 상대방에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실망이 클 수 있다고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가 적던 많던 간에,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외로운 겁쟁이가 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 위에서 얘기한 친구들은 동성이었지만, 우리는 이런 위험한 행동을 남녀관계에서도 자주 범한다.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가 상대방이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금간 유리창처럼 상처를 받는다. 이렇게 한번 상처 받은 마음은 쉽사리 복구하기 힘들고, 결국은 친구는 소원해지고, 연인은 남남이 되어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기대들”을 무시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직후에(하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이 진정이 된 후에) 상대방과 단 둘이 앉아서 내가 무엇 때문에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명할 기회를 준다. 이런 얘기를 할 때에는 내가 너때문에 실망하고 마음이 아팠으니 사과해라, 그러면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라는 자세는 (당연히) 안된다. (그래서 마음이 진정된 후에 해야 하는 거다. 아무래도 직후에는 내가 사과를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테니.)  내가 실망한 것이 “오바”였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분명히 마음 속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난 후에는 내가 혹시 너무 오바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상대방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봐야 한다.

 

너무 진부한 얘기라고? 그래서 문단 첫 문장에 써놨었다.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그래도 위처럼 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아끼는 사람과 소원해지거나 남남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우정이든 사랑이든 모든 종류의 만남 혹은 관계는 서로가 다르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서서히 서로의 다른 점을 흡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론에만 강한

쭌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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