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제 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사랑을 믿다 (권여선)
아닌 척 해도 천상 공돌이인 내가 조금이라도 문학적인 소양을 쌓기 위해서 그나마 꾸준히 하는 것은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사보는 것이다. 2003년도에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든 이후로는 매년 꼭 사서 보고 있다. 올해는 솔직히 조금 일정이 빠듯해서 한번에 다 읽거나 하지는 못하고, 대신 연구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몇일만에 다 읽어 버렸다.
올해의 대상은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인데, 아주 재미 있게 읽었다. 수상 이유 등에서 설명하는 “절제의 미를 아름답게 사용했다”고 하고 있듯이 “사랑을 믿다”는 읽는 사람에게 많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한다.
지금까지 내가 재미 있어 했던 많은 글들은 보통 “데미안”과 같이 세밀한 심리 묘사가 있다던가 적당히(!) 긴 분위기나 장면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가 있던 글들이었지만, 이 글은 마치 그다지 대사가 없어도 많은 얘기를 하는 영화를 본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적절한 영화를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고유명사 따위를 기억하는데 잼병인 나에게는 역시 무리였다. –;)
이번에는 “목신의 어떤 오후” 하나 빼고는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목신의 오후”는 그 서사와 묘사가 너무 길어져서 처음에 느꼈던 재미가 끝에서 많이 반감되었었다. 하지만 이건 피곤한 상태에서 지하철에서 서서 읽었던 주변환경의 영향일지도 모르니 편견을 가지지는 마시길.
간단히 대상과 우수상 수상작들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덧붙여 보겠다.
권여선 “사랑을 믿다” (대상작)
권여선 “내 정원의 붉은 열매” (수상자 선정 대표작)
대학 새내기 때 만났던 선배에 대한 추억을 30대가 된 저자가 회상하는 내용. 비록 나의 새내기 시절보다도 더 이전의 일이지만, 나도 저자와 같이 “나이 먹은 위치”에서 “풋풋했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그 시절에 빠져볼 수 있었다.
하성란 “그 여름의 수사(修辭)”
한여름에 맞은 할머니의 초상을 둘러싼 면면들에 대한 솔직한 묘사
김종광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 – 율려, 낙서 공화국 1″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재 문학 세태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펼침.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약간 진부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윤성희 “어쩌면”
죠스바를 먹던 소녀들의 사후 세게 이야기. 가볍게 풀었지만, 잔향이 조금은 남는 소설
천운영 “내가 데려다 줄게”
약간은 몽환적인 서사(?). 하지만 너무 늘어지지 않게 긴장시키는 요소들이 있어 더 좋았던 글.
박형서 “정류장”
내가 좋아하는 성장과 심리를 다루는 글. 이 글은 주인공의 성장 이 후의 심리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조금 더 길어
박민규 “낮잠”
노년의 신사가 요양원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낸 글. 맨 마지막 글이었는데다가 피곤했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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